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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발굴이 끝난 가야사지, 그 의미와 한말 역사의 운명은?
  • 최철규
  • 등록 2014-03-04 10: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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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페르트의 사상 초유의 시신 납치단 사건 현장, 남연군 이구의 묘와 가야사지의 역사성
작년 6월부터 11월까지는 천년고찰 수덕사를 한때 말사로 둘 정도로 규모가 웅장했다는 예산 가야사지에 대한 발굴작업이 있었다.

가야사지 아실것이다. 흥선대원군 이하응이 자신의 아버지 남연군 이구의 묘를 옮기기 위해 불질러 버린 곳. 그래서 크고 대단한 규모였던 소중한 천년고찰이 한줌의 재로 사라져버린 곳 말이다.

그래서 예산군과 충청남도에서는 과연 가야사지에는 어떤 유물이 있었는지, 가야사지는 어떤 절이었는지 실제적으로 고증하기 위해 발굴작업을 벌인 것이다.

그 결과가 궁금하기도 하고, 발굴작업 후 가야사지는 어떤 모습인지 보고 싶어 현장 답사를 했다.
찾는 이가 없어 쓸쓸한 가야사지 발굴 터.

▲ 찾는 이가 없어 쓸쓸한 가야사지 발굴 터.

가야사지에 다가서서 든 느낌 하나, 그야말로 휑뎅그레 한 모습이었다.
안타까움이 밀려들었습니다. 한 개인의 영욕을 위한 목적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구나 싶어서다.

발굴이 끝난 가야사지는 아직 잔디와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지 못한 상태라 을씨년스럽기도 하고, 또한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어서 찾는 이가 많지도 않았다. 혼자서만 카메라를 들고 왔다 갔다...
 
가야사지, 남연군 묘, 그리고 독일인 오페르트의 남연군묘 도굴사건과, 거기에 열받은 흥선대원군의 강력한 쇄국정책...
이런게 모두 수레바퀴처럼 맞물려 당시의 긴박했던 정세가 돌아간다.

동편을 향해 바라본 남연군 묘

▲ 동편을 향해 바라본 남연군 묘

북동쪽을 향해 본 묘
▲동쪽을향해본묘남동쪽으로 본 묘
▲남동쪽으로본묘이곳이 바로 묘 아래 불에 타 사라진 가야사지 중앙 발굴터 입니다

▲ 이곳이 바로 묘 아래 불에 타 사라진 가야사지 중앙 발굴터다

가야사 터가 2대에 걸쳐 왕이 나온다는 명당으로 알려지면서 이를 믿은 흥선대원군이 자기 부친의 묘를 이곳으로 이장하기 위해 1844년에 명당 터에 자리잡고 있던 이 가야사를 불태워 버리게 된다.

천년고찰 가야사는 그렇게 역사속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리고 실제 흥선대원군은 불에 타 사라진 가야사 터에 아버지의 묘를 이장(면례=緬禮)한다.

남연군을 싣고 온 상여를 보관중인 전각

▲ 남연군을 싣고 온 상여를 보관중인 전각

이 건물은 망자인 남연군을 태우고 온 상여(남은들 상여)를 문화재로 지정하여 보관하고 있는 전각이다.
남연군을 싣고 온 상여

▲ 남연군을 싣고 온 상여

그 안에 이렇게 상여가 전시되어 있다.
묘에서 바라본 상여 전각

▲ 묘에서 바라본 상여 전각

 

남연군 묘비

▲ 남연군 묘비

가야사 터에 묘를 써서인지는 몰라도 이장한지 7년 후에 차남 명복이 태어났는데 그가 곧 철종의 뒤를 이어 1863년 12세에 왕위에 오른 고종이다.
 
그렇지만 거기서 끝나고, 우리나라가 흥성했으면 좋았겠지만 대한제국의 역사는 결국 5천년 한국사에 가장 고통스런 일제강점기를 겪게 만들고야 맙니다. 그리고 졸지에 갈라진 남북 대립과 그로 인해 그후 터진 6.25전란까지.
    
어쨌든 남연군묘를 이장한 후 다시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독일인 상인 오페르트라는 자가 조선을 개국하겠다는 생각에 남연군 묘를 도굴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오페르트는 1868년 4월 조선이 천주교를 탄압한다는 이유로 구만포로 상륙해 덕산 군청을 습격하고, 남연군의 묘를 도굴하려 했던 것이다.
 
오페르트는 도굴 이전에 미리 두 차례에 걸쳐 조선과의 통상교섭을 시도하였지만, 당시 조선은 국가개방 문제에 대해 매우 신중하게 대처하고 있었다. 더구나 1866년 제너럴셔먼호가 대동강일대에서 해적과 약탈행위를 저질렀던 사건이 있었고, 천주교 박해도 진행중이었기 때문에 통상교섭은 끝내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러자 오페르트가 잔꾀를 부린것이다.

즉 우리나라사람이 조상들의 무덤을 매우 소중하게 여기고, 시신조차 함부로 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는 당시 실권자인 흥선대원군의 아버지인 남연군 이구의 묘를 발굴해 시체와 부장품을 볼모로 대원군과 통상문제를 흥정하겠다는 발칙한 계획을 세웠다.

이를테면 빅딜인 것인데 그 이용방식이 시신이었다니, 참 패륜도 이만저만한 패륜이 아니었다.

아마도 근대기에 일어난 사상 초유의 시신 납치단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그러나 오페르트의 야만적인 도굴 계획은 실패로 돌아간다. 묘가 워낙 견고해서 도굴을 못한 것이다.
 
이 사건을 보고받은 흥선대원군의 분노가 어떠했을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서양인들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고 덩달아 천주교에 대한 박해는 물론이고 쇄국정책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그후 한말의 역사는 굳이 설명이 필요치 않을만큼 참으로 아프고 아프게 흘렀다.

예산에는 충남의 대표적인 평야지대인 내포평야가 있고, 서쪽으로는 수덕사가 있는 덕숭산과 그 북쪽으로 가야산이 있다. 가야산은 내포평야 중심이 위치한 산으로 북쪽으로는 보원사지, 서산마애석불이 있고, 서쪽으로는 해미읍성과 개심사가 자립 잡고 있는 지역의 명산이란다.

가야사는 덕산면 가야산 옥양봉 남쪽 기슭에 자리잡고 있던 국내 4대 총림 가운데 하나인 덕숭총림으로 지정된 수덕사보다 규모가 큰 사찰로 전해진다.

산자락 뒤편과 좌우에는 산 능선이 있고, 앞쪽인 동쪽 방향으로는 틔어져 있는 전형적인 명당자리하고 한다.
 
가야사지와 남연군 묘 위에 올라서 보았지만 풍수지리에 대해 잘 아는바가 없어서 설명이 안되는데 다른 사람들이 묘사한 것을 보면 앞쪽이 뻥 뚫려있어 넓은 내포지역의 벌판이 한눈에 들어오는 것 등 명당이 맞다고 한다.
발굴 작업 후 정비된 가야사지

▲ 발굴 작업 후 정비된 가야사지

가야사지 발굴은 2012년도에 1차 발굴조사를 했는데 당시에 불전지를 포함한 5동의 건물지가 확인됐고, 불상 8점 등 모두 313점의 유물이 출토됐다고 한다.

가야사지 경내로 추정되는 곳은 충남도 소유이지만 토지임대를 통해 논, 밭, 과실수 농장 등으로 이용되고 있는데 현재 확인되는 가야사지는 남연군묘 동쪽으로 최소 3만㎡ 이상될 것으로 추정된다.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가 아닐수 없다.

가야사지
▲가야사지발굴 유물 안내

▲ 발굴 유물 안내

대원군은 이 절을 불태운 후 이곳에 있던 금탑을 남연군묘 안에 부장했다고 한다. 지금 남아 있는 상태로는 사지의 가람을 확인할 수 없으나 사찰의 중심지로 추정되는 남연군묘 부근에는 기와조각과 초석으로 보이는 대형 석재가 흩어져 있다.
발굴된 석재들
▲발굴된석재들찾는 이 없이 고요하기만...

▲ 찾는 이 없이 고요하기만...

그리고 불전지에서는 다량의 소조나발(흙으로 만든 불상 머리카락)이 발견됐고 불전지 주변에서 발견된 8구의 석조불상 가운데 4구는 한 세트로 만들어진 것으로 각각 다른 대좌양식이어서 문화재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발굴 터에서 바라본 남연군 묘. 지금 저 안에 있는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 발굴 터에서 바라본 남연군 묘. 지금 저 안에 있는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한때 무려 3만㎡의 규모에 달하던 절이 불타고, 그 절터는 지금 개인의 농지가 되어 논밭으로 쓰이고 있는 경작지로 변했지만 땅속 조금만 파헤치면 어떤 불교 유물이 쏟아져 나올지 모르는 가야사지.

매장문화재가 더 이상 방치되지 않도록 언젠가는 제대로 발굴해서 가야사지를 확실히 규명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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