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29일 열자고 제의한 상봉 준비를 위해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은 사실상 무산됐다.
정부는 북한이 다음달 17∼22일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개최하자는 우리 제안에 28일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남북이 이산가족 상봉행사 재개에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북측이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우리 정부가 오후 4시 판문점 연락관 연장 근무를 먼저 제의했지만, 오후 6시10분께 "오늘은 전달할 내용이 없다. 철수하자"고 우리 측에 통보했다.
북한과 29일 실무접촉이 무산됨에 따라 내달 17일부터 상봉 행사를 진행하려던 정부의 당초 계획에도 차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실무준비는 2주일 정도면 된다는 점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그대로 진행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는 정부의 입장이다.
북한은 줄곧 공식매체를 동원해 연례적 한·미 군사훈련인 키리졸브 연습 중단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제안한 2월 17∼22일은 키리졸브 연습이 시작되기 직전 기간으로, 북한으로서는 한·미 연합훈련과 이산상봉을 연계하려던 계획이 뜻대로 되지 않자 이산상봉에 대한 스스로의 명분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27일 오후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통해 국방위원회 서기실 명의로 청와대 김장수 안보실장 앞으로 우리 군의 서북도서 해상사격훈련 중단을 요구하며 훈련을 예정대로 실시할 경우 '엄중한 후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우리 군은 북측에 통보된 일상적 훈련 중 하나라는 이유로 28일 해상사격훈련을 일정대로 실시했다. 북측이 이를 이유로 이산상봉을 무산시킬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