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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년 전 선인들과의 신비로운 만남
  • 양인현
  • 등록 2013-12-17 10: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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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지민 ‘천년의 미소에서 꽃이 피다’ 출간
해드림출판사가 천년의 미소에서 꽃이 피다를 출간했다. (사진제공: 해드림출판사)

 
문인으로도 활동 중인 충청타임즈 연지민 기자가 중원 땅을 비롯한 주요한 문화 유적지를 오랜 시간 탐방하여 선인들의 신비로운 얼굴을 취재한 책, ‘천년의 미소에서 꽃이피다’(해드림출판사)를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아 펴냈다.
 
수백 년 전, 이 땅에서 살다간 사람들의 얼굴 모습은 어떠하였을까. 그들의 표정, 그들의 미소, 그들의 눈빛, 그들의 코끝 은 어떠하였을까. 그들이 역사 속에서 걸어 나왔을 때 어떠한 첫 만남, 첫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이 책은 역사의 흔적 속에서 그들의 얼굴을 찾아 마음으로 소통하는 감성의 시간을 선사한다.
 
들과 산 속에, 마을에 흩어져 있는 이 책 속 얼굴들은 단순히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오래된 야외 예술 작품이자 미래 가치를 내포한 상징 기호들이다. 특히 문화유산 속 얼굴은 그 시대의 문화와 심성이 가장 잘 드러나 있으며, 시공을 초월한 첫 시선이 오가는 만남의 장이다.
 
돌사람들은 깊은 산 속 바위에 서 있기도 하고, 마을 입구에서 미소 짓고 서 있기도 하다. 때로는 묘소 앞에서 죽은 이를 묵묵히 지키고 있으며 장소를 옮겨 박물관에 가 있기도 하다. 저자와 이들 돌사람과의 만남은 마음으로 이루어졌으며 눈빛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그런 다음, 그들과 나눈 마음과 대화 내용을 이 책에 담아낸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마음으로 읽어야 한다. 느낌으로 교감을 나누어야 한다. 비록 그 마음이 통하지 않고 느낌이 다를지라도, 그 다름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 다름 또한 이 우주 신성한 참 나의 마음이기에 존중되어야 한다.
 
중원인의 심성, 자신의 얼굴에 책임질 수 있는가
 
링컨은 나이 마흔을 넘으면 자기 얼굴을 책임져야 한다고 하였다. 이 말은 삶의 흔적과 내면의 심성이 얼굴에 나타나기 때문에 한 말이다. 이는 한 개인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개인의 총합인 사회의 문화와 심성 역시 그 시대 살았던 사람들의 얼굴에 나타나는 것이다. 얼굴은 우리 역사 속에 다양한 형태로 남아 있다. 고분벽화, 불상, 불화, 무신도, 장승, 탈, 그림, 도자기 등에는 그 시대 살았던 사람들의 자화상이 들어 있다. 자화상의 중심은 얼굴이다. 얼굴 역시 천태만상이다. 표정과 느낌 또한 다양하다. 그들이 우리에게 전하고 자 하는 눈빛도 각양각색이다.
 
특히 중원인의 옛 얼굴은 구석기 시대에 살았던 단양 수양개 사람이나 청원 두루봉 동굴 흥수아이의 복원상에서 볼 수 있으나, 그 시대 살았던 사람들이 직접 새긴 얼굴 모습은 6~7세기경부터 바위에 새긴 불상을 통해서이다. 이러한 불상은 충주 봉황리 마애불과 영동 신항리 삼존불을 비롯해 수많은 불보살이 옛 중원인의 자화상으로 남아 있다.
 
특히 고려시대에는 호족의 자화상인 철불이 지금도 충주 단호사에 앉아 있으며, 새로운 세상을 염원하던 중원인들의 마음이 담겨진 미륵불이 중원 땅 곳곳에 세워져 들녘을 바라보고 있거나, 거대한 바위에 새겨져 지금도 의연한 자태로 서 있다.
 
이들 불상은 네모진 얼굴에 눈·코·입이 얼굴 중앙에 올망졸망 모여 있는 중원인의 얼굴 특징을 하고 있기에, 그 마음 역시 중원인의 심성을 담고 있다.
 
불상과 장승 그리고 문무인석
 
불상의 얼굴은 갖가지 표정을 짓고 있다. 어떤 불상은 근엄하고, 어떤 불상은 인자하고, 어떤 불상은 한없이 미소 짓고, 어떤 불상은 해탈한 듯 그윽하고, 어떤 불상은 무엇인가 간절히 기원하고 있다.
 
때로는 두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슬픈 표정을, 때로는 미소 지은 채 기쁨에 넘친 모습을, 때로는 입을 꽉 다물어 분노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그것은 인간사 희로애락과 시공을 초월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불상은 오래된 가치와 풍상에 더욱 빛을 발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역사 무대 위 예술작품이자 살아 있는 돌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과 나누는 눈빛과 마음의 대화는 그윽하며, 이윽고 깨달은 세계에 닿게 된다.
 
장승은 이 땅에서 대를 이어 묵묵히 살아온 민중들의 소박한 얼굴 모습을 하고 있어 보다 친근하고 정겹다. 이 땅에 살던 어느 할아버지·할머니가 시간을 넘어 걸어나온 듯도 하고, 말을 걸면 곧 대답할 것도 같다. 또 달리 보면 험상궂고 무섭게 생겼지만, 모진 세월 비바람을 이겨온 거친 피부와 이끼는 이내 장승에서 웃음을 띤 인자한 모습을 발견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 얼굴은 바로 이 땅에서 살다 간 수많은 민초들의 자화상이 아니고 무엇이던가. 민초들은 음성 마송리 장승을 정계대장군(靜界大將軍)이라 불렸듯이 장승을 통해 세상을 깨끗하게 정화하여 맑고 고요한 세상을 되길 간절히 염원하였던 것이다.
 
장승이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을 지켜주었다면, 이 땅에서 살다 죽어간 사람들을 수십 수백 년 동안 묵묵히 지켜준 돌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묘소 앞 양옆에 서 있는 문무인석들이다.
 
문무인석은 조선시대에 들어와 일반화되었는데, 죽은 자를 영원히 모시는 존재이다. 이 책에 모신 문무인석은 청주한씨의 시조 한란, 고려시대의 명장 강감찬, 조선왕조의 개국공신 권근, 임진왜란의 영웅 김시민, 중원 땅 유일한 조선 공주부부인 홍우경·정인옹주, 조선후기 조선성리학을 완성한 송시열 등의 묘소를 지키는 돌사람들이다. 그것은 비록 후손들에 의해 세워진 것이지만, 그것을 만든 석공의 자화상일 수도 있고 그 시대 문화와 심성이 담겨져 있기도 하다.
 
어떤 돌사람들은 해학적으로 조형되어 있고, 어떤 돌사람들은 근엄하게, 때로는 인자하게, 때로는 우직한 인상을 하고 있다. 큰 귀와 꽉 다문 입, 큰 두 눈, 복스런 볼 등은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돌사람들의 얼굴에는 묻혀 있는 이의 영혼이 스며 있으며, 길이길이 이 땅에 살아가는 후손들의 채취가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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