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해류조사를 위해 출항한 한국해양조사원 조사선이 5일 오전 독도 인근 해역에 진입한 가운데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무산됐던 수로조사 재개를 거론하며 반발하고 있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해양조사선 해양2000호가 이날 오전 6시40분께 독도 인근 해역에 진입하자 경계 중이던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무선 등으로 조사 중단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우리 조사선은 ‘해양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니 방해하지 말라’고 답한 후 예정대로 계속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 측 입장은 양국 간 배타적경제수역(EEZ) 경계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국이 주장하는 EEZ 경계 안으로 우리 조사선이 들어오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독도 인근을 포함한 동해 해류조사는 주권국가로서의 정당한 권리이므로 일본이 문제삼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일본 측은 독도가 자국 영토라는 전제 하에 울릉도-독도 중간선을 경계로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조사선이 독도 인근 수역에서 조사활동을 벌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해류조사는 2000년 이후 매년 실시 = 해양조사원의 해류조사는 올해 갑자기 실시하는 것이 아니다. 해양조사원은 어업과 선박 운항, 자원관리, 오염물질 확산 방지, 구난 활동 등을 위해 2000년 이후 4~5차례에 걸쳐 거의 매년 조사를 실시해 왔다. 해양조사원은 해류 외에도 염도, 수온 등을 조사해 그 결과를 데이터베이스화한 후 관련업계와 학계에 제공하는 한편 국제수로기구(IHO) 회원국들과도 해류정보를 공유한다. 해양조사원 관계자는 “매년 해 오던 과학적 조사를 실시하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며 정치적 목적 주장을 일축했다. 일본은 과거에도 우리 측 해류조사선에 대해 경고 방송을 실시하며 회항을 요구하는 등 반발했으나 물리적 충돌이 빚어진 적은 없었다. 해양조사원은 2009년까지 해류조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해 2010년 축적된 해류 정보를 종합 분석해 동북아 해류도를 만들 예정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과거 일본이 만든 해류도를 토대로 활용해 왔으나, 우리 손으로 자체 해류도가 만들어지면 그 정확도는 크게 높아질 것이다. ◆ 일본의 대응과 우리의 선택 = 일본은 우리 조사선이 출항하자 ‘자제'를 요청하며 국제법을 통한 대응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일본 측이 주장하는 ‘자제’란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란 입장이다. 명백한 우리 영해에서의, 그것도 순수한 과학적 조사를 자제하고 말고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 국제법을 통한 대응을 운운하지만 근거가 없다. EEZ와 관련한 국제법은 유엔해양법 협약을 의미하는데 경계가 획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본이 우리 측의 해류조사를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 더군다나 해양조사원 선박은 우리 정부 소속 선박이므로 나포 등의 물리적 조치는 국제법상 ‘불법’이다. 따라서 일본이 해상보안청 순시선을 통해 조사 중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실제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현재 하고 있는 것처럼 순시선을 통한 경고 방송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지난 4월 시도했다 불발로 끝난 독도 인근 수역의 수로조사를 재개해 맞불을 놓는 행동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해양조사 시 미리 국제수로기구(IHO)에 통보해야 하는 절차를 감안할 때 단기간 내에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일본이 수로측량을 시도했을 때 우리 정부가 ‘조용한 외교’를 접고 조사선박 나포까지 불사하며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도 일본이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일본 내 정치적 상황이 섣불리 물리적 충돌을 야기하지 못하게 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대전대 이창위 교수는 “고이즈미 총리의 임기가 두 달 가량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강수를 두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지난 4월 수로측량 시도로 독도 문제를 국제적으로 부각시키는 실익을 얻었다는 점에서도 강경대응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내 언론들도 오는 9월로 예정된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시아 외교’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며, 독도 문제가 시끄러워지면 고이즈미 총리의 외교 실패로 귀착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번 해류조사로 인한 한일 양국 간 긴장은 지난 4월 일본의 수로측량 시도의 연장선 상에 있다. 도를 넘은 일본 측의 억지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는 것이 정부의 분명한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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