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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 vs '뇌물', 북한의 기차
  • 양길영
  • 등록 2012-12-15 09: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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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철도는 형편없이 노후화 돼 있다. 산이 많은 북쪽으로 올라갈 수록 더 심하다. 일제 때 쓰던 단선 철도를 아직도 이용하는 정도이다. 그런데 레일만 문제가 아니다. 극심한 경제난이 북한 기차에 모두 반영돼 있다. 견인기 부족현상, 잦은 고장, 부속품 고갈 등 반드시 있어야 할 것들이 너무도 없다.
 
전력공급도 형편없다. 설사 전기가 들어와도 전압이 낮아 기차가 움직이질 못한다.  창밖의 소달구지가 더 빠를 정도이다. 그래서 오르막길을 만나면 동력이 부족한 북한의 기차는 언덕길을 제대로 오르지 못하고 미끄러진다. 그러면 늘상 그렇다는 듯이 기차에 타고있던 사람들이 내려 기차의 바퀴마다 자갈을 놓는다. 그렇게하면 선로와 바퀴사이에 마찰력이 커지고 자갈이 깨지면서 언덕을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 지나다보니 북한 기찻길에 자갈이 너무나도 잘게 뿌셔져버렸다. 학교들에서는 '자갈 가져오기'라는 숙제를 내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실제적인 효과는 보지 못한다. 자갈을 가져올 곳이 없던 아이들이 기찻길에 뿌려져있는 자갈을 골라왔고, 그것이 다시 기찻길로 뿌려지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북한의 기차는 점점 더 느려질 수 밖에 없었다.

반면, 그 어떤 기차보다 빠르게 달리는 기차도 있었다. 오르막 길을 거침없이 올라가며, 연료가 부족하다는 말이 무색하게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그것은 다름아닌 '뇌물먹은 기차'이다. 북한 사회에 만연한 '뇌물'은 최고사령관의 명령보다 더 빠르다.
 
자재지도원 출신 이철삼(가명, 35세)씨는 "평양에서 한창 공사중일 때 목재를 가져와야 될 기차가 도착하지 않아서 직접 양강도로 찾아간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 말고도 전국에서 모인 화물열차들이 끝도 없이 늘어져 있더라구요, 목재만 받자면 한 달은 더 기다려야 할 형편이었습니다. 크레인 기사를 찾아가니 대뜸 하는 말이 제 손목 시계를 보면서 '그거 얼마짜립니까?'라고 물어보더란 말입니다. 급했던 마음에 빨리 좀 실어달라며 시계를 주니 크레인이 금방 움직이더군요"라고 증언했다.

그는 이어 "그 목재를 싣고 오는데도 몇 달이나 걸렸습니다. 정전 때문에, 고장 때문에, 부속품 때문에, 연착 때문에, 날씨 때문에 등 등 그 모든 사정으로 몇 달 전에 가야 될 화물열차들까지 환승역에 다 멈춰있더라구요, 견인기가 없으니 밀리고 밀린 화물열차들이 그냥 방치돼 있는겁니다. 당시 평양에서 했던 보수공사가 김정일의 지시에 의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철도수송 시스템은 명령보다는 '뇌물'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각 정거장마다 뇌물을 줘야하기 때문에, 원료 수송지가 멀면 멀수록 손해라는 말까지 생겨나고 있는 실정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자갈로 가는 수동 기차, 뇌물을 주고 가는 직행 열차. 그 어떤 것도 정상적인 운행이라고 할 수 없다. 김정은의 열차는 이미 탈선되어 가고 있다. 뉴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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