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북자의 심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탈북자다
탈북자가 하나원을 나오는 순간부터는 모든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져야 한다. 극심한 고독감 등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에 우울증에 걸리기도 하는 가장 민감한 시기이다. 탈북자들은 외로움 때문에 스펨전화 조차 반갑다고 할 정도라고 한다. 이런 순간 탈북자에게 필요한 사람은 바로 대화가 통하고 공감대를 가지고 있는 같은 고향 출신사람이다.
한국인 정착 도우미가 물질적인 도움은 줄 수 있을지 몰라도 정신적인 면에서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기본적인 소양 교육 정도로는 탈북자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기 부족하다. 봉사요원들이 탈북자를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미 그 시절을 거친 선배 탈북자에게는 못 미칠 것이다.
정착 첫날부터 부딪히는 사소한 세상사는 법과 그들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 상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먼저 정착해서 사는 같은 탈북자이다. 아무리 한국인이 잘 해주려 한다고 해도 그 어느 기관이나 단체에서 하는 것보다 선배 탈북자가 더 잘할 것이다.
“보일러 켜는 법을 몰라서 며칠 동안 옷을 껴입고 잤습니다.” 탈북자 이 씨의 말이다. 한국인 정착 도우미가 "설마 그런 것까지 모를지 몰랐다"며 미안해했다고 한다.
선배 탈북자는 자신이 겪었던 정착 초기의 아픔과 애로사항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한국인들은 머리로만 이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계가 있다. 그 아픔을 실제 경험한 사람이어야만 고통을 나눌 수 있다. 그래서 같은 입장을 십분 이해해주는 같은 탈북자 출신 정착 도우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한국생활 4년째인 탈북자 최 강희( 가명 )씨는 “지금 내가 알고 있던 걸 정착 초기에도 알았더라면 많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을 텐데 참 많이 아쉬워요. 나와 같은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제가 알고 있는 정착노하우를 후배 탈북자에게 많이 알려주고 싶어요.”
최 씨는 탈북자로서 지원 물건을 받을 수 있는 곳, 어려울 때 실질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 등 인터넷에서조차 찾기 어려운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다. 그만큼 한국의 탈북자에 대한 지원이 일원화, 체계화돼 있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탈북자 정착 도우미 경험을 해본 적이 있다는 한국 대학생 최 아름(가명) 씨는 “탈북자분들은 저희를 만나면 처음엔 항상 경계하시는 눈빛을 보이십니다. 한국인에겐 선뜻 마음을 열기가 힘드신 것 같아요.”
이처럼 물질적인 도움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안정과 도움을 주기 위해선 필요 없는 경계심을 최소화하고 거북함을 줄이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고향출신 정착 도우미가 필요하다. 그리고 기왕이면 비슷한 또래의 나이대라면 더욱 좋을 것이다. 늦게나마 남북합작 정착도우미 제도가 필요한 시기이다. 뉴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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