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는 강하다. 목숨을 걸고 고향을 탈출하여 낯선 남한 땅에서 온갖 편견과 차별에 시달리면서도 꿋꿋이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 어떤 때는 한국인들과 어울리기 위해 자존심마저 잠시 접어두고 노력을 하는 이도 있다. 이러한 결과 탈북자 중에는 한국인도 이루기 어려운 성공한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런 사회의 모든 어려움을 참아낸 탈북자들도 눈물을 감추기 어려울 때가 있다. 바로 대물림되는 탈북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 때문이다.
탈북자들은 자신의 자식들이 편견과 차별에 시달릴 때 참았던 눈물이 쏟아진다고 한다. 태어난 곳이 한국이며 부모 중 한 명이 한국인인 아이들도 예외가 아니다.
탈북자 이 모 씨는 한국에 온 지 15년 째, 나름 성공한 탈북자 중 한 사람이다. 그는 한국인 여성과 결혼하였고 부유층이 모여 산다는 서울의 강남에서 살고 있다. 그의 말투나 행동 어디를 보아도 북한출신이라는 것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최근 그도 이민을 고려할 정도로 힘들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바로 아이 때문이었다. 그는 아들이 다니던 유치원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가 북한인권운동을 하는 장면을 TV에서 본 학부형들이 “우리 아이를 탈북자 아이와 같이 교육할 수 없다”며 유치원에 항의했기 때문이다.
“내가 힘든 것은 참을 수 있지만 내 아이들마저 탈북자라는 편견에 시달리는 것은 참기 어렵다. 내 아이에게 뭐라고 설명을 해줘야 할지 몰라 곤혹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더 있다며 아내와 관련해서도 토로했다. “그날 이후 아내가 나에게 더는 북한인권 운동을 하지 말라고 하더라, 한번은 아내가 어떤 친구에게 야단치는 것을 들었다. 가장 가까웠던 친구가 '남편이 탈북자래'라고 동창들에게 말했다는 것이다. 이후 부부 동반모임에 나를 데려가려고도 하지 않더라, 나도 나름 성공했다고 자부하는데 한국인들은 나에 대한 다른 사실은 접어 둔 채 탈북자 라는데만 주목하고 편견으로 대하는 것이 섭섭하다”며 쌓였던 감정을 솔직히 고백했다.
이처럼 가정을 이룬 탈북자는 자기 자식과 배우자가 받고 있는 편견과 차별까지도 홀로 감당해 내야 하는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 한편 다른 탈북정착 스타는 정 반대의 이야기를 했다. 아내가 오히려 남편이 탈북자라고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먼저 말한다는 것이다. 탈북자라면 무조건 우리 사회의 불우계층이라는 선입감을 덜기 위해 지갑을 열어 선심도 쓰고, 부부동반모임을 주도하는 등 남보다 더 당당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이 탈북자에게 항상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다. “모르는 것은 무지가 아니다. 몰라도 물어보지 않는 것이 무지이다.”라며 한국을 배우라고 한다. 그러나 그 충고는 결코 탈북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탈북자에 대해 무지한 것은 잘못이 아니지만, 무지를 개선하지 않으려는 태도는 더욱 잘못이라는 점을 한국인들은 잊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