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에 둥근공원 주위의 가로수로 심어진 회화나무가 잔뜩 우거진 것을 보고 “벽오동 심은 뜻은…….” 이라는 고시조가 생각났다.
나무를 심고 화초를 가꾸는 데에는 저마다 뜻이 있기 마련인 바 우선 회화나무에 대해 알아보았더니 이런 깊은 뜻이 있을 줄이야.... ,
고대 중국의 주(周)나라에서는 조정의 뜰에 세 그루의 회화나무를 심어 우리나라의 3정승(영의정, 우의정, 좌의정)에 해당하는 삼공[三公 : 태사(太師), 태부(太傅), 태보(太保)]가 마주보고 앉도록 하였으며 이러한 고사에 기원하여 회화나무를 길상목(吉祥木)의 하나로 대단히 귀하게 여겨 자녀들이 과거시험에 합격하거나 높은 관직에 진출하면 회화나무를 심어 기념하였으며 정원수로 회화나무를 즐겨 심으며 가내평온과 자손의 광영을 기원하는 것으로 발전해왔다.
우리 조상들은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을 유독 중요하게 생각해 왔으며 예부터 ‘1년의 계(計)는 곡식을 심는데 있고 10년의 계(計)는 사람을 키우는 데 있다’고 하였으며 우리나라의 서원, 문묘, 향교, 사찰 등에 심어진 수종(樹種)을 살펴보면 그 나무의 모습과 성질, 기능 등을 통해 의미를 되새기도록 하는 교육목적이 반영되어 있다.
국가나 사회의 생명력은 ‘교육’에 달려있다고 보아 교육을 통해 나무의 강인한 생명력처럼 국가와 사회가 천년만년 영원할 것을 기원했음을 알수 있을것 같다.
이중 스승을 기리고 후학을 양성하던 서원(書院)의 주된 나무는 우선 학자목(學者木)이라 알려지고 귀히 여겼던 회화나무를 비롯해서, 배롱나무, 매화나무, 은행나무, 소나무, 그리고 연꽃을 들 수 있다.
첫째, 회화나무(회나무)는 위에서 언급했듯 신목(神木), 학자목(學者木)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좋은 일을 가져오는 나무로, 중국에서는 출세의 나무로, 서양에서는 학자의 나무로 알려져 있고 회화나무의 짙은 푸름은 정신을 맑게 하고, 나무의 열매가 마치 관자(貫子)와 같다하여 벼슬의 품계를 상징했다.
예로부터 아들을 낳으면 회화나무를,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집안에 심어 왔으며 “회화나무의 꽃은 조선시대 과거 장원급제자의 어사화로도 사용 되었다”고 하였으며 우리 조상들의 교육은 남다르다 할 수 있다.
둘째, 배롱나무는 꽃이 100일 동안 붉다고 백일홍(百日紅)이라고도 불리며, 나무껍질이 일 년에 한 번씩 벗겨지며 껍질이 얇아 마치 없는 것 같고 나무 중심을 만져도 나무 끝이 흔들리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나무의 껍질을 벗겨내고 매끈한 줄기를 보여 세속의 탐욕이나 미련을 버리고 학문과 수도에 정진하라는 뜻과,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선비를 상징하며 소통, 화합, 조화를 뜻하고 보는 이로 하여금 삶의 자세를 강조하는 교육용으로 사용하였다.
셋째, 매화나무는 사군자(四君子) 중에서도 첫째로 꼽을 만큼, 지조를 상징했다, 소나무. 대나무와 함께 세한삼우라 불리며 혹독한 겨울의 추위를 무릅쓰고 꽃을 피우므로 그 기상을 군자의 절개에 비유했다.
벌, 나비 등의 잡된 것이 오기 전에 혼자 꽃을 피우므로 세상의 물들지 않는 올곧은 선비의 정신에 비유되기도 하였으며 매화의 향기는 “귀로 듣는 향기”라 했듯이 맑고 깨끗한 향기를 그윽하게 풍기므로 신선을 연상케 하는 고고한 기품이 있다.
넷째, 은행나는 유교의 상징이며, 공자(孔子)가 은행나무 단 위에서 강학(講學)하였다는 옛일에서 ‘행단(杏亶)’이라 하여 학문하는 곳을 의미하고. 향교에 은행나무를 심은뜻은 은행나무가 벌레를 타지 않듯 유생들도 건전하게 자라 바른 사람이 되라는 의미가 담겨있으며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태, 천년을 넘게 사는 길고 강인한 생명력을 가졌으며, 껍질이 두꺼워 불에도 강하며 약용으로도 쓰이는 황금의 나무이다.
은행나무는 심은 당대에는 결실하지 않고 손자 대에 가서 결실한다는 뜻에서 손자와 그 후손을 위해 심는 공손수(公孫樹)라 하며, 열매인 은행은 결실연력이 길어 장수를 뜻한다.
다섯째, 소나무는 십장생(十長生)의 나무로 절개의 표상이다. 소나무는 은행나무 다음으로 오래사는 나무로 장수의 상징으로 내세웠고 거대하게 자란 노목은 장엄한 모습을 보이고 줄기,가지.잎은 아름다운 조화를 만들어 냈다.
비바람, 눈서리의 역경에도 잎이 지지 않고 푸른 모습을 간직하여 꿋꿋한 절개와 지조, 의지와 같은 선비정신을 기려온 나무이다. 특히 애국가에 “남산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하고 노래하는 것으로 우리 민족의 나무로서 온 국민의 가슴속에 새겨져 있다,
예로부터 능원묘의 주변에 심어진 해자림(垓字林)은 보호되었고, 변하지 않고 자연스러우며 잘어울리는 까닭에 지체에 상관없이 시조, 그림, 속담의 소재로 흔히 쓰여 왔던 것이다,
여섯째, 연꽃은 진흙 속에서 자라면서도 진흙에 물들지 않고 잎에는 한방울의 물도 머무르지 않고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청결하고 고귀한 식물, 불여악구(不與惡俱)라 하여 악과 거리가 먼사람을 의미하며, 불가에서는 극락(極樂)을 상징한다.
또한 중국에서는 불교 전파 이전부터 연꽃이 진흙 속에서 깨끗한 꽃이 달리는 모습을 속세에 물들지 않는 군자의 꽃으로 표현하였고 종자가 많이 달리는 현실을 다산의 징표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