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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열린 재판…재판부, '아내 살해 치매노인' 집유 선고
  • 김민수
  • 등록 2020-02-11 10: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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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 KBS뉴스 캡처]


치매를 앓던 중에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60대 노인이 2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10일 오전 경기 고양시의 한 병원에서 치매 노인 이씨의 살인 혐의 항소심 사건 선고 공판을 열었다. 


형사재판은 통상 피고인이 법정에 출석한 상태에서 열린다. 그러나 이날 재판은 이례적으로 재판부가 피고인이 입원 중인 병원에 직접 찾아가 진행했다. 병원 복도 끝에 있는 주간 정신건강센터는 ‘일일 법정’으로 바뀌어 재판부석과 검사석, 변호인석이 간이 책상으로 마련됐다.


재판부는 이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대신 이씨의 주거지를 병원으로 한정하고, 집행유예 기간 보호관찰과 치료를 받도록 했다.


재판부는 “이씨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는 것보다는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하면서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고 선언한 헌법과 조화를 이루는 결정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8년 전부터 치매를 앓은 이씨는 2018년 12월 아내를 때리고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정신 질환에 대한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하고 질병으로 장기간 수감생활을 감당하기 어려워 보이는 점 등이 양형에 고려됐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씨는 구치소 수감 중 면회 온 딸에게 ‘엄마(사망한 아내)와 왜 동행하지 않았느냐’고 말하는 등 더욱 악화된 중증 알츠하이머 증상을 보인다. 검사는 치매환자 치료를 위한 감호 시설이 없어 치료감호청구를 하기 어렵다고 했지만 그런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이유로 치료를 진행하기 어려운 교정시설에서 징역형을 집행하는 것은 현재나 미래의 대한민국을 위해 정당하다는 평가를 받기 어렵다”며 1심보다 가벼운 형을 선고했다.


국내에서 치매 환자에게 처벌이 아닌 실질적 문제해결을 지향하는 ‘치료적 사법’이 적용된 첫 판결이다.


변호인은 이날 선고에 대해 "법원과 검찰, 피고인의 가족들 그리고 치료병원의 적극적 협조와 노력이 있어서 가능했던 전향적 판례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 치료법원과 같은 제도가 정비돼 활성화되기를 희망한다"고 환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그의 가족에게는 오늘 모든 사법절차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 치료를 위한 치료적 사법절차는 계속됨을 명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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