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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사망자, 김정남 아니다" 말레이시아 "北의 망상과 거짓"
  • 주정비
  • 등록 2017-02-21 09:3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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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반하장 北 격노한 말레이시아



20일 오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북한 대사관 정문 앞에 강철 주(駐)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가 5쪽짜리 '언론 보도문'을 들고 나타났다. 이날 오전 말레이시아 외교부에 불려들어가 비공개회의를 한 직후였다. 강 대사는 격한 목소리로 김정남 암살에 대한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를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경찰이 전날인 19일 수사 발표에서 남성 용의자 5명이 모두 북한 국적이라며 이 사건 배후에 북한이 있음을 시사하는 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을 전면 부인한 것이다.


강 대사는 사망자가 김정남이라는 사실도 부정했다. 그는 "사망자는 '김철'이라는 (북한) 외교관 여권을 갖고 있어 신원이 확실하다"며 "그런데도 말레이시아 경찰은 북한에 적대적 세력이 제기한 다른 인물(김정남)인지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유가족 DNA 대조를 요구한 것에 대해서도 "DNA 대조는 시체가 심하게 훼손됐을 때나 하는 것으로 시신 인도를 지연시키려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사망자가 김정남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이번 사건이 김정은과 연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사망자가 김정남이 아니라면 김정은이 '대안 세력'이 될 수도 있는 이복형(김정남)을 제거했다는 추론이 성립하지 않는다. 그는 "용의자 4명이 북한으로 입국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도 "그들이 용의자라는 증거가 어디 있느냐"고 했다.


북한은 한국과 말레이시아 정부가 결탁해 이번 사건을 조작했다는 주장도 쏟아냈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이익을 보는 것은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는 한국"이라며 "미국과 한국이 손잡고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하려는 시도"라고 했다. "이 사건이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결탁으로 정치화됐다"고도 했다. 김정남 암살 사건에 난데없이 '사드'까지 끌어들이며 사건의 초점을 흐리는 모양새다.


그는 말레이시아 경찰이 김정남 시신에 대한 2차 부검을 하려는 것과 관련해 "인권침해"라고 했다. 반면 암살당한 김정남에 대한 애도의 표현은 없었다. 적반하장의 태도였다.


강 대사는 이날 말레이시아 경찰과 북한 당국의 공조 수사도 요구했는데, 이는 말레이시아 당국의 수사를 지연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강 대사는 "여성 용의자들은 말레이시아 경찰이 조작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 "우리(북한) 이미지가 훼손된 데 대해 경찰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는 등 거친 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는 지난 17일 밤에도 김정남 시신이 안치된 쿠알라룸푸르 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 정부가 경찰 수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말레이시아를 자극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격분했다. 외교부가 나서 이날 강철 대사를 초치해 17일 기자회견 발언에 대해 따지며 평양 주재 자국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했다. 외교부는 이날 성명에서 "강 대사의 발언은 말레이시아의 명예를 손상시키는(tarnish) 것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강 대사의 이날 기자회견 이후 따로 낸 성명에서는 김정남 피살 사건 배후에 다른 세력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 "망상과 거짓, 반쪽 진실을 골라 모은 것"이라며 "말레이시아를 심각하게 모욕하는 행위"라고 했다. 나집 라작 총리도 직접 나서서 "우리 경찰과 의사들을 믿고 있다. 그들이 북한에 죄를 덧씌울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했다.


북한의 외교적 도발이 이어지면서 1973년 수교 이후 40년 넘게 우호적이었던 양국 관계가 뒤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지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말레이시아가 특정 세력과 결탁했다'는 식으로 표현한 것은 외교 관례상 있을 수 없는 모욕적 언사"라며 "주재국의 권위와 중립성을 정면 공격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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