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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協治)’ 요구받는 박대통령, 정치력 약화된 여당
  • 최명호
  • 등록 2016-04-26 09: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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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소야대(與小野大)의 국회를 맞이한 박 대통령은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과 법안을 추진하기 위해선 야당과의 ‘협치(協治)’는 불가피하다. 법안 통과가 지연되면 야당 탓으로 일관하면서 야당조차 압박해 자신의 뜻을 관철시켰던 19대 국회와는 완전히 다른 정치 환경이다. 이제는 청와대가 직접 야당과 정치적 거래를 해야만 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총선이 끝난 후 처음으로 주재한 4월18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선거 패배에 대해 “국민의 민의가 무엇이었는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짤막한 입장 표명에 그쳤다. 다만 “20대 국회가 민생과 경제에 매진하는, 일하는 국회가 되기를 기대하면서 정부도 새롭게 출범하는 국회와 긴밀하게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야당과도 소통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그러나 정권심판으로 귀결된 총선결과에 대해 반성의 목소리는 찾기 어려웠다. 그리고 이에 기반한 청와대와 정부에 대한 국정쇄신을 단행하겠다는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박 대통령이 야당들과의 관계를 푸는데 ‘소통’보다는 과거의 관성으로 대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달라져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 앞에 박 대통령은 태도는 아직까지 요지부동이다. 박 대통령은 4월22일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해운, 조선산업 등의 구조개혁 문제를 꺼내자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문제 대응을 위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파견법 등 노동4법 처리만을 고집했다. 여기에 덧붙여 국가재정의 모든 문제 발생의 근원을 ‘복지 포퓰리즘’에다 두는 말을 했다.

당장의 화두로 등장한 ‘구조조정’ 현안 자체가 지난 3년을 헛되이 보낸 박근혜 정부의 무능문제와 연결됨에도 오히려 야당의 법안 지연문제를 꺼낸 것은 지금까지 있었던 ‘야당 탓’의 연장으로 보였다. 20대 국회 원 구성이 시작되지 않은 상황이라 아직은 더민주나 국민의당에 대한 ‘간보기’ 과정으로도 해석되기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박 대통령이 지금까지의 국정기조를 스스로의 결단으로 바꿀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사회적 환경은 하루하루가 다르게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총선 패배는 이러한 상황을 촉진하고 있다. 어버이연합 문제가 터진 것은 그동안 곪아있던 것이 터진 것으로 박근혜 정부 레임덕 진행과 맞물리는 사안이다. 역대 정권에서도 집권 초기 권력의 단속력이 강한 시기에는 드러나지 않다가 집권 후반기에 사건이 연이어 터진 것과 같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4월 22일 발표한 4월 셋째주(19~21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인 29%로 떨어졌다. ‘콘크리트 지지율’의 마지노선인 30%대가 무너진 것이다. 이 또한 총선 패배 후폭풍으로 레임덕을 알리는 신호다.

더구나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저치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조차도 지지율이 곤두박질쳐 30% 선에 머문 점이다. 메르스 사태 등에서 박 대통령 지지율이 29%를 기록한 적이 있으나 당시엔 새누리당 지지도가 40% 선으로 견고하게 유지됐었다. 이전에는 지지율 복원력이 존재했으나 지금은 다르다는 의미다.

즉 새누리당이 대통령의 국정을 지원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정치력이 크게 약화됐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을 꼭두각시처럼 내세워 뒤에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기존의 방식이 다시 사용되면 정국은 교착될 수밖에 없다. 자칫하면 일일이 청와대와 대통령이 야당을 상대해야하는 난맥을 드러낼 수 있다.

여권 내 대선주자 지리멸렬, 집권 말기 받혀줄 미래권력 부재

이를 피하기 위해선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의 정치력을 강화시키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는 요원한 상황이다. 당장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주목받았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정치력을 인정받고는 지금은 전면에 나설 형편이 못 된다. 선거 패배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뿐 아니라 박 대통령과의 공천 갈등의 당사자이기 때문에 ‘신뢰’의 문제가 걸려 있다.

그렇다고 박 대통령이 원하는 친박계 관리형 대표를 내세울 수도 없다. ‘관리형’이란 꼬리표가 붙으면 정치력에서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 돼 야당과의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기 어렵고 당내에서도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새누리당의 정치력을 높이기 위해선 탈당해 무소속으로 당선된 인사들을 복당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당내 정치에 활력을 넣으면서 새누리당의 변화까지도 모색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나 박 대통령으로선 달갑지가 않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복당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을 친정체제로 이끌어가는 데도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총선은 박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을 믿고 새누리당이 청와대에 굴복했지만 이제는 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새누리당은 다급한 실정이다. 미래권력 창출이란 과제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야권에선 문재인 전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 등이 총선을 거치면서 국민들에게 차기 대권주자로서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지만 여권 주자들은 지리멸렬이다. 지난 해 부동의 대선주지 1위였던 김무성 대표는 총선국면에서 큰 상처를 입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또한 마찬가지다. 여권 내 대선주자 옹립이 야권에 비해 크게 뒤처진 상황이다. 다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여권주자로 나서준다면 하는 기대감만 있을 뿐이다.

이러한 여권 내 대선주자의 지리멸렬이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 패배의 한 원인이기도 하지만 이것이 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여권 내 미래권력의 성장이 현재권력을 위협하는 면은 있지만 집권 말기로 가면 갈수록 공존과 공생의 ‘안전판’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레임덕 방지를 위해 대선주자 키우기를 방기한 결과가 이번 총선 결과에 일부 반영됐다. 이번 총선과 비슷한 대선 1년 앞에 치러진 지난 1996년 총선에서 당시 신한국당이 승리한 것은 이회창, 박찬종, 이홍구, 이수성 등 이른바 구룡(九龍)들의 힘이 컸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선 여권 내 잠재적 대선주자는 보이지 않고 오로지 박 대통령 밖에 없었다.

향후 유력한 대선주자가 제대로 가시화되지 않을 경우 박 대통령은 정치적 곤경에 빠질 수 있다. 전임 이명박 대통령이 그나마 무난하게 임기를 마친 것은 박 대통령이란 미래권력의 존재 때문이지만 박 대통령에게는 자신을 받쳐줄 미래권력이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박 대통령의 레임덕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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