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세계유산 현황] 기록·무형유산으로 범위 확대
지난 6월 14일 팔만대장경판과 조선왕실의궤가 세계 ‘기록유산’에 등재된 데 이어 27일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세계 ‘자연유산’에 이름을 올리면서, 한국은 6월 한 달 동안에만 세계유산 2관왕에 등극하는 영예를 안았다. 세계유산(World Heritage)은 1972년 제17차 유네스코 정기총회가 채택한 '세계유산협약(World Heritage Convention)‘에 기초해 인류 공동을 위해 보호해야 할 뛰어난 가치가 있다고 인정한 유산을 말한다. 보통 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문화+자연) 등 3가지 항목으로 구분된다. 현재 한국은 이번에 자연유산에 등재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외에 석굴암·불국사 등 7건의 문화유산, 팔만대장경판 등 기록유산 6건, 판소리 등 무형유산 3건을 보유하고 있다. ◆ 석굴암·불국사, 창덕궁, 종묘 등은 세계 ‘문화유산’ 먼저 세계문화유산(World Cultural Heritage)은 유네스코 최대 히트작으로, '역사적·미학적· 고고학적·과학적·민족학적·인류학적 가치를 지닌 기념물이나 건축물 및 기타 유산'이 해당된다. 대체로 세계문명의 발자취 연구에 의미가 있는 유적지나 궁전, 사찰 등의 ‘부동산’이 지정된다. 2007년 현재 한국은 △석굴암·불국사(1995) △해인사 장경판전(藏經板殿, 1995) △종묘(1995) △창덕궁(1997) △수원화성(1997), △고창·화순·강화 고인돌유적(2000) △경주 역사유적지구(2000) 등 7건의 문화재를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올려놓고 있다. 차기 문화유산 후보로는 공주 무령왕릉, 강진도요지, 안동하회마을, 월성양동마을, 조선왕릉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조선왕릉의 등재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국내 첫 세계 ‘자연유산’ 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한국이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세계자연유산(World Natural Heritage)'이다. '뛰어난 외적, 생물학적 및 지질학적 형상물이나 위험에 처한 동물이나 식물이 서식하는 곳, 과학적 보존 혹은 미학적 가치를 지닌 평원이나 지역'을 선정대상으로 한다. 제주도는 측화산과 세계적인 규모의 용암동굴, 다양한 희귀생물 및 멸종위기종의 서식지가 분포하고 있어 세계자연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자문기구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이미 지난 5월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할 것을 권고(Recommended for Inscription)한 바 있다. 특히 용천동굴과 당처물 동굴 등 용암동굴은 규모나 보존상태 면에서 세계적으로 유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유산으로 인정된 제주 지역은 한라산 국립공원과 성산일출봉, 거문오름 용암동굴계(거문오름, 벵뒤굴, 만장굴, 김녕굴, 용천동굴, 당처물동굴) 일대이다. ◆ 문화·자연유산 결합된 세계 ‘복합유산’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3번째 항목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이 결합된 '복합유산(mixed properties)'이다. 그리스의 메테오라 수도원, 아토스산 수도원, 스웨덴의 라포니안 지역 등 세계적으로 24건에 불과하다. 최근 전란 등으로 파괴나 훼손 위험에 노출된 문화유산 보존 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유네스코는 '위험에 처한 세계문화유산목록(World Heritage in Danger List)‘도 작성하고 있다. 탈레반정권 시절에 파괴된 아프가니스칸 바미안 석불이 이에 해당한다. 여기까지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범위다. ◆ 세계 ‘기록유산’ 팔만대장경판, 세계 ‘무형유산’ 판소리 1990년대 이후 문화유산 범위가 점차 확대되면서 유네스코는 '세계기록유산'과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세계무형유산)' 항목을 새로 만들었다. ‘세계유산’보다 급은 낮지만 인류 공동의 보호 가치를 지녔다는 면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 특히 한국은 이 두 항목이 탄생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은 인류의 소중한 기록물을 적절한 기술을 통해 보존·관리하기 위한 유네스코의 등록제도다. 유네스코는 1992년 세계기록유산사업을 결의하고 1995년 세계기록유산 등록기준을 마련, 등록제도 창설을 권고하고 있다. 2007년 현재 59개국 120건의 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돼 유네스코의 보조금과 기술 지원을 받고 있다. 기록유산은 대부분 세계적 보존가치가 있는 고문서들로, 도서나 신문·포스터 등 기록자료와 그림·지도·음악 등 비기록 자료, 영상 이미지·오디오·비디오 같은 디지털 데이터도 등록대상이 된다. 현재 한국은 훈민정음과 조선왕조실록(1997), 직지심체요절과 승정원일기(2001)에다 14일 등재된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 조선왕실 의궤를 추가해 모두 6건의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소멸 위기에 처해있는 문화 유산의 보존과 재생을 위해 가치있고 독창적인 구전 및 무형유산'을 선정하는 '세계무형유산' 역시 한국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업이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아시아 태평양 무형유산센터' 설립준비기획단을 출범시킨 데 이어 올해 말까지 '아·태 무형유산센터'를 발족해 무형유산 보호 연구의 허브로 발전시키고 최종적으로 유네스코의 기구 외 조직으로 승인받는다는 계획이다. 현재 한국의 '세계무형유산'으로는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2001), 판소리(2003), 강릉단오제(2005)가 있다. 유네스코의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 협약' 가입국은 2007년 6월 현재 183개국으로, 우리나라는 지난 1988년 102번째 가입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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